<인간극장>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성산의 엄지 어멍 오연옥 여사, 아홉 오누이와 엄지 어멍’의 아름다운 행복 동화, 치매 판정 오연옥 할머니.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2021년 11월 22일 ~ 11월 26일
성산의 엄지 어멍 오연옥 여사님
오연옥 할머니(93세)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문화유선인 성산일출봉을 터전으로 평생 동안 살아오고 있다.
오연옥 할머니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15살에 물질을 배우며 해녀의 길을 선택하여 성장했다.
20살에 남편 임창하 할아버지를 만난 할머니는 ‘아들 셋은 낳아야 한다.’는 시어머니 당부를 실현하려고 애썼고, 끝내 시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1남 8녀를 두게 된 동네 제일 딸부자가 되었다.
남편 임창하 할아버지는 동네 이장으로 마을 일에만 앞장서고 돈벌이에는 무심했으며 연옥 할머니가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연옥 할머니는 9남매 입에 풀칠하기 위해 물질에 소라 장사, 전복죽 장사까지 평생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할머니는 작고 왜소하지만 엄지손가락처럼 단단하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 ‘엄지 어멍’으로 억척스러운 아홉 오누이를 건실하게 길러내고 아흔이 되도록 자식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우뚝 서 있는 연옥 할머니는 3년 전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모여라 모여’ 아홉 오누이
할머니는 치매로 방금 마신 커피를 또 달라고 하시고, 은행에서 찾아온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평생 동안 살아온 성산리 길을 잃기 시작하면서 연옥 할머니이다.
이렇게 되자 어머니를 더 이상은 혼자 둘 수 없어 자식들은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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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은 아직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 누구하나 종일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느 한 사람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었던 9남매는 오랜 고심 끝에 자녀들은 낮에는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시간표에 따르면 월요일은 첫째 명오 씨, 화요일은 넷째 영희 씨, 수요일은 아홉째 명애 씨, 목요일은 다섯째 명자 씨, 금요일은 여섯째 명욱 씨, 토요일은 일곱째 명실 씨, 일요일은 여덟째 명원 씨가 맡고 있고, 월 ~금요일은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내며 아침 시간과 밤 9시부터 취침까지 며느리 성순 씨가 책임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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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울에 사는 둘째 명숙 씨는 1년에 두 번 정도 내려와 나머지 형제들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단다.
지난 2월 마을 이장에 취임한 아들 영철 씨는 일하는 틈틈이 어머니의 기력을 복 돋아주고 있다.
아홉의 오누이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든든한 수호천사가 되어주었다.
어머니 우리의 기억을 드릴게요.
‘엄지 어멍’ 오연옥 할머니는 3년 전부터 기억을 조금씩 잊어가는 중인데, 지난해부터 여덟이나 되는 딸들의 이름과 얼굴까지 잊어버리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돌아가며 어머니를 모시러 오는 딸들에게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딸들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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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을 어머니가 잊은 슬픔보다 딸들마저 낯선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치매라는 안개 속에서 어머니가 얼마나 외롭고 두려울까봐 그게 걱정이다.
어머니는 의식이 또렷해질 때 ‘딸들도 잊어버리고 이렇게 살아 뭐하나’라고 한탄하시고 아홉 명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잊어버린 기억을 하나씩 돌려드리려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며 어머니의 두려움을 달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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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오누이가 바라는 오직 하나는 기억을 잃으시더라도 지금처럼 어머니가 더 자녀들 옆에 머물러 주기를 바랄뿐이다.
연옥 어머니는 평생 동안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시고 자녀들은 매일 감사장을 드리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곁을 지키는 ‘아홉 오누이와 엄지 어멍’의 아름다운 행복 동화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