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493회>가끔 멍 때리며 삽시다 자연인 박수제, 육군장교 출신 박수제, 멧돼지 고기 훈연하여 유럽식,
<나는 자연인이다 493회>
가끔 멍 때리며 삽시다
자연인 박수제(62세)
겨울의 끝자락에서 싹이 움트기 시작한데, 아직 앙상한 나무숲을 구경하며 산으로 올라가던 중 오래된 옛집을 발견하게 된다.
승윤은 연기를 내뿜는 연통에 이끌려 주인도 없는 집을 기웃거렸고, 조심스럽게 집을 구경하다 멀리서 개 한 마리가 달려와 안긴다.
그리고 그 뒤로 지게를 지고 나타나는 한 사내를 만날 수 있는데, 거칠게 난 수염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자연인 박수제 씨다.
자연인은 자신을 ‘은둔인’이라고 칭하는 박수제 씨는 80년이나 지난 오래된 옛집에 기거하는 중이라고...
박수제 씨는 4남매의 둘째이자 장남이었던 그는 일찍 돈을 벌던 누나의 도움으로 대학교에 진학하여 경영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육군 경리장교로 직업군인 생활을 시작하여 장교 생활을 하며 가정도 꾸리고 남부럽지 않게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 삶은 지인의 제안으로 장교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경로를 크게 이탈하게 되었는데, 사업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던 과정에서 동업자 한 명이 건설비용을 들고 자취를 감춰버리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위기까지 와 그는 빚더미에 앉게 되었단다.
자연인은 그렇게 짐을 나눠 질 순 없어 아내와도 헤어지고 미래도 희망도 잃은 채로 긴 방황을 시작하게 되고, 먹고는 살아야 해 현장 일용직부터 제조업까지 다양하게 직업을 구해보았지만 길어야 두어 달 그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그는 나무에 목을 매는 일까지 시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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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나는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또한 장교 생활할 때 취득한 대형 면허로 버스 회사에 취직하여 운전 일을 시작하였고, 자신을 간섭하는 사람 없이 승객의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도 되어 자연인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그는 쉬는 날에는 매번 산을 오르며 유일한 숨 쉴 구멍도 찾았다는데,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해지게 되었고, 자신을 거부하지 않고 위안이 돼주었기에 그는 산에 살리라고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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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산에서의 첫 4년은 적막함과 고독함의 연속이었지만 그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니 눈앞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삶들이 펼쳐지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마음은 편해지고, 과거에 겪었던 상처들이 눈 녹듯이 녹아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원두를 직접 갈아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며 멧돼지 고기를 훈연하여 유럽식으로 즐긴단다.
그는 멍 때라고 살다보면 자칭 행복한 바보가 되었다는 박수제 자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