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35인승 캠핑버스 부부 가족, 헌 집 다오 새 집 줄게, 유랑가족 집수리, 캠핑과 재능기부 캠핑
<인간극장>
헌 집 다오, 새 집 줄게
# 유리는 버스에서 살고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버스 한 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35인승 버스 좌석은 침실과 주방에 들어섰고, 전자렌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없는 것이 없단다.
움직이는 집인 버스를 타고 전송현(51) 씨와 김화숙(52) 씨 부부, 그리고 딸 전현서(23) 씨는 8개월째 여행 중에 있다.
버스 안은 6평이 채 안 되는 공간으로 오갈 때 줄 서서 움직여야 하며, 개인 공간이 없어 24시간 동안 가족은 붙어 지내야만 한다.
여행을 결심하면서 버스부터 샀고, 대형면허를 땄다는 송현 씨 부부는 캠핑 한 번 안 해본 사람들의 장기여행 치고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시작이었단다.
부부는 카페 운영을 하며 바쁘게 지낸 10년, 코로나19는 부부를 피해갈 수 없었다는데, 카페를 접고 2년 이상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1남 1녀 중 둘째인 현서 씨도 신이 나 동참을 하게 됐고, 자의 반 타의 반 시작된 인생의 전환기에 부부는 좀 더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골에 계신 어머니의 집을 고치면서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유랑가족의 ‘헌 집 고쳐드립니다.’
송현 씨 가족은 전국을 여행하며 집수리 재능기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형편이 어렵고, 시정이 곤란한 집을 대상으로 인력과 기술을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지만 단 건축재재와 설비물은 주인이 준비한다는 전제하에 집수리를 한다.
송현 씨는 20년 넘게 건축 현장에서 일해 여행보다 한자리에서 만들고 조립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았다.
맥가이버 아빠와 자연 속에서 힐링을 바라는 엄마,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딸의 여행은 캠핑과 재능기부의 신개념 조합으로 탄생하였다.
세 식구의 8개월간의 여정은 새로은 경험과 귀한 인연으로 채워졌다.
가족은 경상북도 청도에서 집주인과 가족처럼 끈끈한 사이가 되었고, 남도 끝 거금도에서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유기견 쉼터와 해비타트 봉사를 하며 뜻깊은 일에 동참하며 보람도 느꼈다.
송현 씨 가족은 유명한 관광지보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 시골마을을 찾아 가 먼지 폴폴 나는 작업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행은 꽃놀이가 아닌 정처없는 유랑길로 땀과 노동으로 채웠다.
# “집수리 해드릴게요. 제발"
송현 씨의 처음 걱정은 집수리 신청자들이 너무 많아 줄을 서면 어쩌나 싶었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처음 보는 외지인이 ‘무료로 집을 고쳐준다.’하니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가 가득했고, 관청 홈페이지이 안내문도 올리고, 면사무소와 군청, 마늘 이장님을 찾아가 홍보도 하였지만 집을 내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단다.
캠핑버스는 한겨울에 히터가 고장 나 냉랭한 밤을 보내야 했고, 태양과 패널과 대용량 배터리는 반전되기 일쑤였고,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물을 찾아 삼만리를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캠핑버스에서 창을 열면 탁 트인 풍경에 마음이 풀리고, 재능기부를 하며 인연들이 보냔 감사에 보람을 느낀다.
# 버스는 브레이크 없는 직진
가족이 힘들어 질 때마다 찾아간 곳은 보성에 사시는 어머니 댁이었는데, 여행의 초심으로 홀로 사시는 어머니 댁에서 집수리를 하며 봄맞이 준비를 하며 캠핑카를 정비하며 긴 여독을 푼다.
여행을 시작하며 많은 변화가 찾아온 가족, 딸 현서 씨는 낯가림이 심했지만 낯선 이들과 어릴 줄 알게 됐고, 일에 지쳤던 엄마는 웃음이 많아졌단다.
‘적당히 길을 일을 줄 아는 사람이 여행의 고수가 된다.’
어느새 선물 같은 순간을 마주하는 여행은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를 스스로 만들어 가며 행복을 찾아 오늘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