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아흔둘(92세) 학순 할머니의 인생수업, 인생의 동거인 절친 아들 경식 씨, 200년된 고택, 슬기롭게 나이 드는 법, 잘 먹고 잘 늙는 법, 취미 그림 그리기, 대나무 죽순
<인간극장>
아흔둘 학순 할머니의 인생 수업
2021년 7월 5일 ~ 7월 9일 아침 7시 50분 방송
인생의 모진 길을 지나 이제 황혼인 김학순(92세) 할머니는 남은 날들을 최선을 다해 즐겁고 당당하게 채워가며 ‘슬기롭게 나이 드는 법’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학순 할머니.
“나는 신식이여”를 외치는 92살 김학순 할머니.
고운 피부와 빛나는 백발, 당당하고 솔직한 말솜씨의 주인공인 할머니이다.
전라남도 담양의 한 마을에는 초여름 꽃이 가득 피어 있고, 200년 된 학순 할머니의 집 마당에도 손수 정성을 들여 가꾼 꽃들이 한창 만발하고 있다.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꽃은 보면서 하시는 일은 바로 ‘그림 그리기’이다.
두 눈, 손이 멀쩡히 있는 한 단 하루를 살더라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할머니는 최근 들어 푹 빠진 일이 그림 그리기인데, 89살이던 4년 전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지역 문화강좌에 참여해 시작하게 된 그림이 4년 동안 150장을 그릴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학순 할머니는 꾸준히 그림을 그려와 이제는 할머니의 즐거움이자 낙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할머니가 젊었을 때 그림을 배웠으면 화가가 됐을 거라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플수록 가만히 누워 있으면 안 된다는 할머니는 시간이 날 때마다 툇마루에서 네발로 기어 다니는 ‘호보걸음’ 운동을 하고 20분 거리에 있는 마을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성당 최고의 어르신이다.
특히 할머니의 그림을 유독 좋아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5년 전부터 ‘동거인’ 이 된 큰아들 이경식 (71세)씨이다.
이경식 씨는 중학교에 가기 위해 부모님을 떠나 유학 생활을 하고 60여 년 만에 다시 어머니의 곁으로 오게 되었다. 아들은 유명 광고회사에서 일을 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업계에서 인정받았으나 IMF외환위기를 넘지 못하고 낙심한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어머니는 가지고 있던 땅을 모두 팔아 경식 씨에게 돈을 내밀며 ‘그깟 일로 인상 쓰고 살지 말아라.’ 다독여 주었다.
전시기획을 하는 일도 했던 그는 퇴직을 한 후, 우연히 고향 주변에서 재취업을 했기 때문에 함께 온갖 농사일을 할 때 어머니를 도와드리기보다 같이 즐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아들이다.
모자는 툭하면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발바닥 간지럼을 태우기도 하며 장난칠 정도로 남은 생을 ‘절친’으로 보재고 있는 모자지간이다. 그 덕분에 학순 할머니의 웃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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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요즘 일상은 집 마당에서 대나무밭에서 죽순 따기인데, 죽순을 따는 건 위험한 일이라 어머니 혼자 대나무 밭에 들어갈까 항상 걱정을 한다.
그러나 그런 아들의 마음과는 달리 죽순을 따서 손질 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일이 할머니의 삶의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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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마을에서 튀는 ‘신여성’이었고,
학순 할머니는 47살에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대신해 5남매의 가장이 되었고, 힘들어도 빚을 얻어서라도 자식을 모두 교육한다는 목표를 세워 억척스럽게 살아와 그 뜻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자녀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단연 김학순 어머니이다.
자식들에게 사는 동안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매일 운동하고 산책하고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기 위해 노력하신다.
10여 년 전부터 들깻가루 넣은 수제 요거트를 만들어 아침을 챙기시고, 텃밭에서 각종 채소와 약초를 키워 차를 덖어 마시고, 신선한 반찬을 직접 해먹는다. 500평의 텃밭을 손수 일구고 아들과 함께 먹을 끼니도 챙기는 92살 학순 할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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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누구보다 고되게 살아왔기에 노년은 하고 시은 일을 모두 하며 사느라 하루하루 바쁘지만 요즘이 가장 즐겁다고 하는 학순 할머니이다.
이렇게 사시는 학순 할머니의 ‘잘 먹고 잘 늙는 법’과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 수업을 들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