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나의 사랑 나의 할머니, 김복남할머니와 윤진 씨, 강릉 여행과 가족사진, 치매3급할머니, 김복남 구하기 대작전, 윤진씨와 윤영진씨
<인간극장>
나의 사랑 나의 할머니
2021년 7월 19일 ~ 7월 23일
윤진(30세) 씨는, 화창한 오후 거울 앞에서 단장을 하고 소풍 가듯 도시락까지 싸서 향해 하는 곳은 다름 아닌 요양병원이다,
비닐 가림막 사이로 할머니 김복남 어르신(87세)과 눈을 맞추고 할머니는 지난해 치매 3급 진단을 받게 되었고, 반년 전에는 넘어져 꼬리뼈까지 다치는 바람에 입원 기간이 길어졌다.
김복남 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했고, 일하느라 바쁜 아빠 대신 윤진 씨와 동생 윤영진(27세) 씨를 사랑하며 품어주신 할머니는 그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의 아이콘’이다, 혹시 병상에서 세상을 떠나시면 어쩌나 걱정하던 윤진 씨는 할머니를 이제는 내가 지켜드리겠다 결심했다.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에너지 넘치는 윤진 씨는 요즘 핫한 운동법ㅂ도 배워보고 소문난 전시회도 가보지만 요새는 뭘 해도 재미없다. 나의 단짝 나의 할머니가 없어서이다.
요양병원에 계시면서 경증이 더 심해진 거 아닌지 할머니 걱정에 손녀 윤진 씨는 밤잠을 못 이뤘다.
그렇게 시작된 윤진씨의 ‘김복남 구하기 대작전’.
아버지는 “제가 직장 다니며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어찌 돌보겠나.”반대하셨지만, 윤진 씨는 요양보호사를 구하고 할머니를 돌볼 계획표까지 보내며 설득에 성공했다.
드디어 할머니는 동생과 함께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온 날.
나의 복남 씨, 희미한 정신에도 ‘식구들한테 왔으니까 행복해 ’ 말하며 환하게 웃으신다.
할머니가 오신 날부터 윤진 씨의 시간표에서는 쉼표가 사라지게 되었고, 재택근무 날은 온종일 할머니 곁을 지키고, 출근하는 날에는 요양보호사에게 할머니를 맡기고, 퇴근을 하자마자 할머니를 돌본다.
할머니 끼니 챙겨드리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목욕 시키고 나면 윤진 씨는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 정도야 각오한 일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나타났으니, 반 년 간 침강에서 누워계셨더니 근육이 굳어 걷지 못하시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6개월 동안 누워만 있어서 다리 근육이 짧아져서 일어설지 걸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윤진 씨는 병원에서 배운 대로 매일 스트레칭을 해드리지만, 회복은 느리다.
동생 영진 씨는 주말마다 할머니를 함께 돌본다.
다른 가족들이 바쁘다는 걸 알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녀는 혼자서도 지치지 않고 돌볼 방법을 알아보러 요양센터를 방문해 추가 요양보호사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여러 가지 복지 혜택들에 대해 조언을 듣는다.
혼자 감당할 일도 많아지고 언제까지 혼자 버틸 수 있을지, 우리가 병원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나이 들어갈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가운데 배뇨에 문제가 생겨 소변줄을 끼고 계신데, 윤진 씨는 출장을 간 사이 할머니의 소변줄이 빠지는 일이 터져버리고 만다.
요양보호사의 전하를 받고 할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향하고, 내 욕심이 할머니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잘 해내고 있는지,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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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할머니의 한 마디는 “네가 얼굴이 까칠해졌다. 내가 있으니까”라 말하시는 할머니.
애달픈 눈빛에 정신을 차리고 엄마이자 친구였던 할머니와의 순간들을 돌이켜본다.
졸업식 날, 손녀 기죽지 말라고 제일 예쁜 옷을 차려 입고 달려와 주시고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았다가 교복 사라고 쥐어주신 할머니이다. 손녀의 출근길, 잘 다녀오라고 매일 아침 손을 흔들어주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는 윤진 씨에게는 단짝 친구이자 엄마였다, 68세 나이에 다시 엄마의 삶을 시작한 할머니는 한찬 손이 많이 갈 나이 손자 둘을 품어주신 할머니를 아프시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에 보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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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그날 동생 영진 씨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나오니 더 빨리 모시지 못해 죄송함과 뿌듯함이 교차한다.
회사는 며칠 휴가를 내고 온전히 할머니 곁을 지키고, 할머니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머리가 맑아지는데 도움이 될까하고 화투놀이와 따뜻한 볕을 쬐며 신책도 한다.
챙겨 드시는 약은 4가지가 먹고 소변줄과 기저귀를 달고 사시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할머니의 다리인데 정확한 상태를 알아보러 병원에 갔는데 심각한 결과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져 속이 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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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함께 사진첩을 보는데, 20여 년 전 사진 속 어린 손녀를 안고 계신 할머니의 정정한 모습 자라는 동안 할머니의 허리는 굽고, 주름은 깊어지고 다리도 약해져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제 모시고 온지 한 달도 안됐는데 할머니 앞에서 눈물을 흘려 너무 죄송하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당당한 사람으로 키워주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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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의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갚게 된 오늘에 윤진 씨는 감사한다. 3년 전부터 윤진 씨는 영원하지 않을 할머니와의 시간을 영상으로 할머니의 웃음을 담기로 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미용실도 가고, 할머니의 고향인 강릉으로 여행도 떠나고 영진 씨랑 함께 가족사진도 찍는다.
‘나의 세계에 온기를 불어 넣는 할머니의 사랑이 세상이 나를 못살게 구는 어느 날, 나에게 와서 용기가 된다.’는 윤진 씨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게 사랑을 주신 할머니...
다시금 되새기는 말 “나의 할머니, 나의 할머니, 이제는 내가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