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아흔일곱 엄마의 소풍, 엄마 백일엽 씨와 딸 정진 씨의 캠핑카, 고흥 백발의 캠핑족 백일엽, 엄마의 소풍
<인간극장>
아흔일곱 엄마의 소풍
2021년 8월 30~9월 3일
# 아흔일곱, 백발의 캠핑족 배일엽(97세)
전남 고흥에 백발이 캠핑족이 살고 있다.
캠핑족 백일엽 할머니는 이흔 일곱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오늘도 캠핑카를 타고 민요 가락에 맞추어 흥겨운 여행을 떠나는데...
백일엽 할머니의 딸 이정진(58세) 씨가 4년 전 엄마를 위해 장만한 캠핑카는 자식 열 명 중 딸로는 막내인 전진 씨와 다른 언니들도 함께 모여 엄마를 모시고 방방곡곡 누비며 생활해왔다.
그러던 중 작년 겨울 다른 때처럼 여행을 가려고 내려왔던 정진 씨가 엄마의 담석증 증세를 발견하고 엄마는 수술 후엔 전에 없이 잠만 주무시게 되었다.
엄마의 약해진 건강 걱정에 가족들을 두고 엄마 곁에 그대로 눌러앉게 된 정진 씨는 불편한 건 없으신지 보살펴드린다.
97살 엄마를 위해 굽은 허리로 불편하게 설거지하는 엄마를 위해 싱크대에 발받침을 놔두고 아무나 불쑥 들어오지 못하도록 나무 대문도 달아드렸다.
정진 씨는 엄마와 함께 살다보니 엄마 속의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데, 어릴 적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같은 반찬만 드시는 줄 알았는데 차려낸 새로운 별미를 신나게 드시고, 나들이 가기 전 향수도 뿌리시는 모습에 정진 씨는 그런 엄마의 모습에 놀라워한다.
“엄마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에 생의 첫 네일아트도 예쁘게 해드리고 이제라도 스스로 전화를 한 번 걸어보시라 숫자 선생님을 자체하게 된다.
# 엄마는 노을을 처음 봤다.
막내 딸 정진 씨는 이렇게라도 엄마의 지난 세월을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많다. 엄마는 18살에 시집와 자식 열을 낳았고, 선생님 이었던 아버지는 여순사건때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군인에게 끌려가, 죽도록 맞고 겨우 목숨만 건지신 아버지는 그 후유증으로 전신이 이상해지시게 되었고, 생계를 나 몰라라 하시고 자식들에게 폭력을 행하시게 되었다.
남매들이 하나씩 피난 가듯 고향을 떠나는 동안 가장 어린 정진 씨는 가장 오래 엄마의 곁을 지키며 그 고생을 지켜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엄마를 제일 애달프고 안쓰럽게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을 지키기 우해 가장이 되어야만 했고, 새벽부터 갯벌아 나
그런 어린 정진 씨는 어서 나오라고 소리치며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엄마는 그렇게 캐온 굴을 밤새 곱도록 깠고, 시장에 나가 팔아 오셨고, 엄마는 평생 일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습관이 되었다한다.
지금도 엄마는 아침 수저만 내려놓으시면 텃밭으로 올라가 풀과 씨름을 하시고 계시는 엄마다.
그런 엄마는 100살이 가깝도록 일터만 오갔고, 정진 씨와 떠난 바다 여행에서 노을을 보시더니 “처음 구경해본다.”며 환성을 지르시는 엄마다.
그런 엄마는 아름다운 노을을 등지고 자식들이 배곯으면 기다리는 집으로 바쁘게 그렇게 엄마는 아흔 일곱 평생 자식들만 바라보고 사셨다.
# 엄마 이제 고생 끝, 여행 시작
그 고된 세월에 대한 보상일까?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더니 배일엽 어머니를 딸들 덕에 아흔 넘어 캠핑카를 타게 되셨다.
4년 전부터 전진 씨와 언니들은 의기투합해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다니게 되었고, 엄마를 이렇게나마 모시고 나서보기 전에 “어르신들은 그저 집안에 계시는 게 편하신 줄만 알았다.”는 언니들은 막상 여행을 다녀보니 엄마가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좋아하셔서 놀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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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둘째, 셋째 언니가 2박 3일 휴가를 내고 모인 날 오늘은 어떻게 엄마를 웃게 해드릴까 고민하며 내려 딸들은 온 집안 대청소에 맛난 것도 해드리고 “이놈 저놈 옷을 사다 입힌다.”고 성화를 부리신다.
엄마는 말로는 귀찮다고 비씬 걸 왜 사오냐고 하지만, 예쁜 모자에 새 옷 입혀드리고 새 구두까지 신겨드리니 소풍 나서는 얼굴이 아주 환해지신다.
딸들은 여행을 마치고도 그냥 덜어가는 법이 없고, 잠시 숨 돌릴 새도 없이 김치를 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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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좋아하시는 배추김치에 물김치, 파김치, 깍두기, 팔을 걷어붙이고 냉장고 가득 채워놓는다. 엄마 주름진 손에 용돈도 쥐어줘야 마음이 놓인다는 딸들이다.
# 엄마의 매일이 소풍이기를
정진 씨는 환해진 엄마 얼굴을 보고 기쁘지만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고, 내려온 지 8개월째 이삿날이 되어서야 겨우 이틀 내 집에 가보게 되었다
딸 없는 동안 엄마가 혹시나 굶으시지 않을까 반찬을 해놓고 경기도 집으로 행한다. 오랜만에 만난 남편과 딸네 부부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고 딸이 자기도 나중에 엄마를 캠핑카에 모시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니 그 덕에 미안함을 덜어보는 정진 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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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돌아온 고향 집에서 만난 엄마는 그 사이 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셨는지, “네가 곁에 있어야겠다.”며 속내를 내비치셨다.
돌아온 딸과 텃밭에 다정히 앉아 “내 인생에 좋은 날이 없었는데, 네가 오니 좋다.” 라고 하시는 엄마 그날 저년ㄱ 곤히 잠드신 엄마의 백발을 어루만지는 정진 씨는 딸과 함께 하는 매일을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해 주신다면 더 발랄 것이 없다한다.
엄마의 남은 날들이 늘 소풍이기를 바라, 모녀의 캠핑카는 오늘도 신나게 달린다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