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화천현장귀농학교>화천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박태빈 정희경 부부의 신혼일기, 귀농학교의 작은 결혼식, 유기농 농장을 꿈꾸는 부부
<인간극장>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10월 25일 ~10월 29일
강원도 산골 화천현장귀농학교
경건한 학교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깨를 볶는 신혼부부는 유기농 농장을 꿈꾸는 박태빈(28세) 씨와 정희경(27세) 씨이다.
학교에서 쓰는 신혼일기
결혼하면 어디에 살아야 하나?
청춘들에게 그야말로 난제 그 해답을 학교에서 찾은 부부가 있다.
강원도 화천에 귀농학교 그 안에 딸린 작은 관사가 부부의 보금자리이다.
올해 초 남편은 학생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는 팀장으로 아내는 농사를 체험하고 배우는 학생으로 귀농학교에 몸답게 되었고, 동시에 관사를 얻어 신접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단칸방에 변변한 살림살이도 하나 없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라면 비좁은 관사도 천국이라 말하는 그야말로 뜨거운 신혼이다.
길가에서 주워온 탁자를 들여놓고 “행복해”를 연발했고, 학교운동장에 숯불을 피우고 고등어를 구우면서 “캠핑이 따로 없다”며 기분을 내기도한다.
부부가 관사에서 사는 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고, 남들보다 일찍 가정을 이루어 벌어놓은 것이 없어 집에는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양가 어른들께 단호하게 선언했기에 올해 들어 남편 태빈 씨가 귀농학교에서 받는 월급과 농사지은 소출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중이다,
통장은 가난했지만 꿈은 크게 꾸는 부부는 “언젠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우리만의 농원을 갖겠다.”원대한 꿈을 품었다.
사실 부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당연히 농지 한 뼘이 없고, 농사를 배우고 기댈 어름들도 없는데, 두 사람은 어떻게 농부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
[화천현장귀농학교]
주소 :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길 84
전화번호 : 03-442-6233
도시 청년들 ‘인턴농부’가 되다.
아직 젊지만 조금은 남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책 좋아하고 글쓰기가 취미였던 아내 희정 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다.
희정 씨는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건가, 이곳에 살고 싶다’는 뜨거운 울림이 있어, 용기가 없어서 졸업 후에 도시에서 사서로 일했던 희정 씨는 결국 가슴 뜨겁게 품었던 농부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두 번째 대학으로 농대 양돈학교를 선택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남편 태빈 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봤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산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불규칙한 생활 때문인지 극심한 아토피를 앓았고, 유기농 채소를 먹으며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그때 남편은 내 손으로 좋은 농산물을 길러내자는 마음으로 이곳 화천귀농학교에서 1년 동안 기본을 배웠고, 이듬해 입학한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학과에서 운명의 그녀를 만나게 되기까지 똑 닮은 서로를 운명이라 여기게 됐다.
부부의 목표는 스스로의 힘으로 농지와 돼지를 장만해 경축 순환 농장을 꾸리는 것이었고, 그래서 농수산대학에는 휴학계를 내고 농사 기반을 잡을 수 있는 회천귀농학교에 오게 되었다.
‘인턴 농부’라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올 한 해 함께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면서 두 손 꼭 잡고 씩씩하게 농부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우리만의 작은 결혼식
올해 3월 귀농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정을 꾸리게 되었지만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는 선선한 바람이 불면 예식을 올리자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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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학교의 운동장이 식장으로, 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개량 한복을 맞춰 입고,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 없이 둘만의 힘으로 치러보겠다고 하는 두 사람은 ‘어른이 되는 관문’인 이 결혼식을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해내야 제대로 어른이 될 것 같았다고 하는 두 사람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기특도 하지만, 서운하고 무엇보다 걱정이 태산이다.
희정 씨는 결혼식 기획서를 만들어 브리핑을 하기에 이르고, 바쁜 농사일 틈틈이 식장을 꾸밀 천을 고루고 손님께 대접할 식혜를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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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직접 축가를 부르고 아내는 리코더 연습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여러 사람의 손을 빌리게 되었다는 부부는 식장을 꾸밀 천을 염색할 땐 시어머니가 달려와 주었고, 귀농학교의 식구들은 축하주를 빚고, 축하 연주도 해준단다.
희정 씨의 친구들은 하루 전 날 도착하여 결혼식 리허설까지 해보자고 성화를 부리고, 어느 멋진 가을날 모두의 도움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학교 운동장에서 깜짝 등장을 기획한 신랑 신부는 하객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특별한 결혼식을 시작했다.
같은 꿈을 꾸는 우리는 ‘천생연분’
결혼식 다음날 부부가 고된 몸을 끌고 향하는 곳은 고추밭으로 아직 채 못한 농작물을 두고, 신혼여행을 떠난 순 없다는 농사팀장 태빈 씨의 뚝심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는 세상 달콤한 부부이지만, 논, 밭농사를 배우는 시간에는 남편은 스승이고 아내는 학생이라 혹시나 다른 학생들 눈에 거슬릴까 아내에게 더 혹독한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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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좋아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비 내리는 밭에서 잡초를 뽑던 아내는 눈물이 터지고 마는데, 농부의 꿈을 이루는 일이 이토록 림든 줄은 몰랐다는 희정 씨는 고추 하우스에 무밭, 배추밭, 깨밭, 가꿀 일이 태산이다.
지난여름에는 깜깜한 새벽 4시에 일어나 이마에 헤드 랜턴을 달고 고추를 따며 매운 맛에 눈물 콧물을 흐렸단다.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서로 서운하다 싸움을 벌이다가도 치킨 한 마리 사다 놓고 다시 알콩달콩 해지는 부부이다.
어쩌면 농부의 길도, 부부의 길도 이제 시작이고, 부부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농사를 짓겠다는 꿈이 있어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인턴 농부’ 부부는 인생을 배워가며 손 맞잡고 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