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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518회> 부산 구포국수, 원조 밀가루 악수표, '진말' 원조 밀가루, 버터깡통 막국수와 해초수제비, 보양식 선짓국국수, 구포시장 국숫집, 구포 토박이 이도희씨
꿀이꿀이 2021. 7. 1. 13:51<한국인의 밥상 518회>
파란만장 밀가루의 추억
2021년 7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방송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온 흰 고운 가루 밀가루.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 하루에 한 끼는 꼭 먹는다는 밀가루.
원조 밀가루와 부산의 구포 국수 이야기
기원전 100년경 밀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처음엔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재배량이 적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의례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을 정도로 이름도 가루 중에 참가루라는 뜻의 ‘진말’ 로 불렸던 밀가루가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 이후이다.
부산의 구포동은 일제강점기부터 제분업과 제면업이 발달했던 지역으로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염분 섞인 바람이 국수 말리기에 좋아 일찍부터 국수가 유명하게 되었다.
구포국수가 전성기를 누리게 된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에게 보급되었던 밀가루가 부산항에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악수표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원조 밀가루를 기억하는 구포 토박이 이도희 씨는 부모님이 국수 공장을 운영하였던 덕분에 옛 국수의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버터 깡통에 고추장만 넣어 끓여먹던 막국수에는 피난민들의 애환이 담겨져 있고, 원조 밀가루가 흔하게 배급 되었던 시기에는 감태나 미역 같은 해초를 넣어 끓인 수제비는 고마운 한 끼가 되어주었다.
고기는 꿈도 꾸지 못 했던 시절에 얼큰한 선짓국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보양식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골목마다 국수를 널어 말리던 옛 풍경은 지금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구포시장은 여전히 오래된 국숫집들이 추억을 간직하며 남아있다.
부산 사람들의 유별난 국수 사랑을 만들어낸 원조 밀가루는 그 혹독한 전쟁의 아픔과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질긴 면발의 힘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