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큐온> 암자의 여름, 안동 운산스님, 함양 명천스님, 왕모산 운산스님, 기백산 명천스님, 법정스님의 무소유, 성수스님, 야생콩 된장과 고추
꿀이꿀이 2021. 7. 30. 17:59<다큐 온>
암자의 여름
2021년 7월 30일 10시 50분 방송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고생길일까? 꽃길일까?
온통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좋은 것, 예쁜 것, 행복한 것들을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살다보면 문득 ‘멈춤’이 필요할 때도 있다.
여기 최소한의 것으로도 얼마든지 잘 살수 있다고 말하는 두 분의 스님과 그들은 산 중 암자에서 스스로 ‘불편’을 선택하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말한다.
‘멈춤’이 필요한 계절인 여름은 잘 멈춰보기 위해 산중 암자를 향해 간다.
산중 암자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하는 스님이 계셔 그곳으로 행해본다.
그곳에서 삶을 되새김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 하루 세 번 웃으면 족합니다. 경북 안동 왕모산의 운산스님
경북 안동의 왕모산은 화전민도 등을 돌렸을 만큼 외진 산골에 나 홀로 사는 스님이 살고 있다. 스님의 법명은 ‘산 위를 흘러가는 구름처럼 산다.’는 의미로 운산이라 한다.

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무소유의 길을 걷고자 서른둘에 출가한 스님은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재주가 많은 스님이시다.

운산스님은 특히 목공 기술이 뛰어나서 손수 기타를 만들기도 하시고, 산새들이 행여나 구렁이의 습격을 받을까봐 안전한 새장을 50여개나 만들어서 왕모산 곳곳 나무들 사이에 매달아 놓으셨다.

무엇이든 만들며 집중하는 일 자체가 수행이라 여기신다는 스님은 야생콩으로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만드시고, 농사도 지으시고, 내일 일을 걱정만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고 알차게 보내며 사신다.

하루 세 번 웃으면 족하다 하여 자신이 거처하는 처소에 삼소굴이라 이름을 지어 한 끼 식사로 옥수수 몇 개만 족하다는 스님은 사는 것 또한 수행이라며 고비 고비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운산스님의 여름을 만나본다.

운산스님의 여름은 자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한 편의 그림과 같은 하루가 흘러간다.
# 잡초도 사랑할 줄 알아야 꽃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경남 함양 기백산의 명천스님
경남 함양의 기백산은 구름도 쉬어갈 것 같다. 기백산에는 여름철이면, 농부가 된다는 명천스님이 살고 있다.

깊은 오지라 2백여 평의 땅을 갈아 이웃과 함께 나눠 먹을 힘겨운 농사일을 자처하는 명천스님은 자연에서 얻은 것은 모두 음식 재료가 된다고 여기시는 명천스님은 웃자란 상추로 시원한 상추물김치국수를 만들고, 머위쌈밥 도시락을 만드는 등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자연의 만찬을 만든다.

명천스님은 행자 시절 당시 조계종의 원로였던 성수스님을 수년간 모신 적이 있다.
끼니는 다섯 숟가락이면 족하고, 휴지는 한 장 씩만 쓰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검박하셨던 성수스님.
지금도 명천스님은 성수스님의 뜻을 받들어 자연에서 난 것을 귀하게 여기며 감나무 잎 한 장도 허투루 하지 않으신다.

자연의 것으로만 만들어낸 명천스님의 밥상에는 투박하지만 수십 년 간의 내공이 쌓여 있는 깊은 맛이 배어있다. 명천스님은 바느질, 서예, 그림에도 조예가 깊으시다.

모든 것을 수행의 일환으로 여기며 한 땀 한 땀 성실하게 하면 그 정성은 언젠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님에게 힘들지 않는냐는 질문에 스님은 이것 또한 수행이라 말씀하신다.
한 방울의 물에서도 천지가 담겨있다고 말하시는 명천스님의 빛나는 여름을 만나본다.

단순하고 소소하게, 소박하고 검소하게, 산 아래 작은 암자에서는 작은 스님이 살고 있다. 외형은 소박해도 전하는 뜻은 선명한 작은 암자로 가슴 따뜻해지는 여행을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