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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깐깐 할아버지와 모범청년 재훈이


가깝고도 먼 사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볌변없는 사랑을 주기도 하는 사이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의 품으로 넝쿨째 굴러 들어간 손자는 소를 키우고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박재훈(26세) 씨와 언제나 재훈 씨의 조력자인 박병욱(81세) 할아버지이다.

어느 날 굴러온 복덩이 손자 재훈 씨

처음 우왕좌왕하던 농사도 축산업도 이제는 익숙하다고 하는 손자는 매일 새벽6시에 졸린 두 눈을 비비며 소 밥을 주고 소의 아빠가 다 되었고, 능숙하게 축사를 정리하고 소 밥을 주며 90마리의 소 아빠가 되기까지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재훈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농부의 진로를 결정하고, 강원도 전성에 부모님이 계시지만 목회 활동을 하는 부모님과의 삶은 재훈 씨가 상상하는 시골 생활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생각한 한 사람은 해남의 할아버지인데, 당연히 할아버지가 환영을 해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재훈 씨를 쫓아내기에 급급했다.
재훈 씨는 할아버지 반응에 당황은 했지만 계속적인 노력으로 할아버지의 마음의 문을 열였고, 곁에서 고집스럽게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가 생각한 시골 생활은 도시보다 더 치열했고,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치열한 삶의 결과 이제 조금씩 보이는 것 같지만 아직은 해결해가야 할 것들이 더 많다.


밥 먹을 틈도 없는 일상과 할머니들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재훈 씨는 힘쓰는 일, 어려운 은행 업무를 도맡아하고, 모범청년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재훈 씨가 기댈 언덕, 병욱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어 아이들 대학 보내고, 손주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었다. 할아버지는 농사만으로 아이들 키우기가 어려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노동자로 일을 할 정도로 책임감 강한 할아버지였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는데, 20년 전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편안한 노후를 함께 보내려고 할 때 쯤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것은 TV였고,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사별한 누나 박상임(83세) 할머니가 곁으로 들어와 누나 덕분에 집안일 걱정을 덜었으며 이제 편안한 노년을 보내려한다.
그런 할아버지의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진 이가 바로 첫 손자 재훈 씨이다.
갑자기 집으로 들러와 농사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그러나 할아버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안돼’를 외치셨다.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손자만큼은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길 바라셨고, 넥타이 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남들처럼 말이다.


손자를 설득도해보고, 아들 내외에게 전화해 손자를 데려가 라도 해보았지만 ‘품 안의 자식’도 어쩔 수 없다는데, ‘품 안의 손자’가 말을 들을 리 있을까. 결국 할아버지는 손자 재훈 씨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손자와 함께하며 달라진 일상은 손자의 행동마다 잔소리를 보태느라 하루가 지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소 밥을 왜 이렇게 비싼 걸주냐, 쓸데없는 도구를 사 오냐 등 잔소리하면서도 손자의 부탁이면 두 손 걷어붙이고 달려온다.
손자 얼굴만 보면 한없이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병욱 할아버지는 영락없은 손자 바보이다.

잔소리꾼 할아버지와 열정 부자 손자가 살아가는 법

할아버지와 손자는 하루 열댓 번 부딪치고, 투닥거리며 농사짓는 방식도 생각하는 거도 전혀 다르다.
그런 재훈 씨가 해남에 정착하며 많은 것이 달라졌고, 10마리 넘지 않던 소가 90마리가 되어 새 축사를 짓고, 13.223제곱미터 논농사는 이제는 99.173 제보미터가 되었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손자이라는데, 몰래 병아리 부화기를 사오고, 비싼 드론을 사서 일을 벌이지 않나, 손자가 서슴없이 하는 행동들에 가슴이 철렁인다.
그래도 재훈 씨는 하나하나 이뤄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함을 감출 수 없는 할아버지이다. 재훈 씨가 벌여놓은 일이 많아 할아버지의 손이 필요하고 소 밥 주는 것부터 축사를 둘러보는 일은 할아버지의 업무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재훈 씨는 드론 방역 일로 소 사룟값 벌기에 전신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소 키우는 일과 소들이 먹는 건초부터 벼농사까지 짓는 재훈 씨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손자가 바쁠 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하는 병욱 할아버지는 드론으로 풀 씨 한 번 뿌릴 때도 ‘낮게 뿌려라, 가장자리 넘지 않게 조심해라’ 들 잔소리가 넘치는 할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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