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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행복한 초보 산골 정착기, 자연인 정기수
자연인 정기수
포근한 낙엽 빛깔과는 달리 수상한 기운이 감도는 산중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있는 남자가 있다.
구덩이 안에 남자가 파묻으려는 것은 다름 아닌 산짐승의 사체인데,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윤택 씨에게 매서운 눈초리로 신분증을 요구하는 남자 자연인 정기수(61세) 씨이다.
자연인은 자신과 함께 지내던 개가 너구리를 물어 죽여서 안타까운 마음에 묻어주고 있었다고 한다.
자연인의 다소 강렬했던 인상과는 달리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자연인의 반전 매력은 또 있었는데, 산골 베테랑 같은 느낌을 풍기지만 산에 입성한 지 고작 1년 차 그는 올해 1월 산골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자연인은 산에 들어오기 전 참 치열하게 살았으며, 한 여자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돈을 좇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흘러 들어간 곳이 바로 조선소였다.
자연인은 더 많은 보수를 준다는 말에 그가 자청한 일은 다른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시설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작업자들의 안전은 보장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작업이었던 것이다.
작업을 위해 발판과 난간을 만들면서 코가 부러지고, 손가락을 다치고,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가족들을 부족함 없이는 생활을 위하여 그는 20년 동안 버텼다는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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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은 어느새 어엿한 사회인이 된 두 아들 보고나서야 남은 삶에 대한 계획이 생기게 되었단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 해보고 살았다. 이제라도...”
그는 조선소에서 마지막 1년을 자신의 위한 자금 마련으로 삼고 평소 바람대로 산골에 정착한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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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산골 생활은 설렘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녹녹하지 않았다.
자연인 복령을 캐려고 하다 땅 속을 찌르다 애면 두더지를 잡기도 했고, 수박을 크게 키우겠다며 박 줄기를 접붙였다가 엉뚱하게 수박은 죽고 커다란 박만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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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실패지만 그래도 아직 산중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는 자연인이지만 진짜 시련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자연인에게 첫 번째 혹한기가 찾아오고, 임신한 염소와 텃밭의 무법자인 오리와 닭, 산행 파트너인 개들과 얻어온 토끼들까지 월동준비를 해야 할 산 중 식구들이 한가득이다.
또한 앞으로 1년을 책임질 생애 첫 김장을 앞두고 있다.
행복한 초보 산골 정착기 자연인 정기수 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