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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호미 엄마와 울보 아들

20211213~ 1217

 

매일 아침 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여명을 밝히고 있는 여인 최양숙 (67세) 씨는 올해로 17년째 두부를 만들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최양숙 씨는 찬 기운이 가득한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부지런히 콩을 갈아 콩물이 끓어 넘칠까봐 가마솥 지키며 아궁이 앞을 지키지만 그녀는 콩물이 예뻐서 좋고, 콩물 한잔에 몸을 녹일 수 있어 행복하다는 최양숙 씨이다.

 

 

매일 감사를 하고 지내는 양숙 씨이지만 8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동생들을 업고 키우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지지 못하고 시집와서는 홀어머니의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며 생활했다.

고된 세월만큼이나 화갑도 안 된 나이에 허리가 굽고 19살에 부모님을 곁을 떠난 살던 큰아들 조성민(42) 씨는 호미만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 눈물을 흘린단다.

조성민 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챗 농사를 지어 강 건너 시장에 내다파셨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주말에는 고향에 내려와 일손을 거들었고 돌아갈 때마다 어머니 생각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4년 전 아버지 조구연(71) 씨까지 뇌졸중으로 쓰러지며 남편 병수발까지 해야만 했던 어머니를 보며 마음을 결심하게 되었다.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아들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들 성민 씨는 경기도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에 다니던 그는 아내와 어린 남매를 데리고 한 달 전 춘천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성민 씨는 춘천 시내에 살면서 아침이면 어머니의 식당으로 출근을 하며 어머니의 두부 만드는

법을 전수받고 아내 현아 씨는 음식을 배우며 식당일을 돕기 시작하였다.

아내는 힘들지는 알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니 매일이 전쟁과 같다.

 

 

점심때에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치르느라 혼이 쏙 빠질 지경이고, 어머니께 손두부를 배워보겠다고 나섰건만 거품이 언제 끓어 넘칠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간수는 언제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손님상에 오르는 채소는 직접 가꾸고 거두는 어머니 곁에서 들깨를 털고 무를 뽑고 땔감을 해 나르다 보면 해가 지게 된다.

 

[서면손두부집]

주소 : 강원도 춘천시 서면 당산길 31-11

전화번호 : 033-243-2280

 

 

어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혼자 힘으로 다 해내시는지 새삼스럽게 호미처럼 굽어진 어머니의 허리를 보면서 미어진다.

하루 종일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툭하면 눈물이 흘리는 아들 성민 씨는 마흔이 넘은 아들은 울보가 되었다.

 

 

성민 씨의 기억 속에 어머니를 영화 여로에 나오는 며느리와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온 동네 마을 사람들이 다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유명했던 시집살이는 모진 구박이 시작은 양숙 씨가 유산의 아픔을 겪고 나서부터였다.

양숙 씨의 두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시어머니에게는 그 탓을 양숙 씨에게 돌리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아이도 못 낳는 년이라며 모진 소리까지 했고, 몸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딸네 집에 갈 거라고 실고추를 썰게 했던 시어머니와 내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입을 꾹 닫고 있던 남편의 모습도 한으로 남았단다.

그런 한으로 살았던 양숙 씨를 살게 한 것은 그림과 시였다.

 

 

15년 전 두부를 만들려고 새벽에 일어나니 닭이 우는 소리와 일출이 너무나 예쁠 수가 없었고, 새들은 노래하고 나무는 춤을 추고 사방에는 온통 라일락 향기가 풍겨났다는 그 감상을 적은 것이 그녀의 첫 시였다.

양숙 씨는 마음속에 싸여있는 아픔이 시가 되었고, 그림이 되어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쓴 시와 그림을 식당 벽면에 하나 둘 붙이기 시작했고, 두붓집 주인 양숙 씨는 시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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