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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겨울 제주, 하영 속았수다예
제주의 겨울은 한라산의 눈꽃과 은빛 억새밭 사이에 초록 들판이 가득하고 육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월동무, 당근 등 겨울 채소 수확이 시작되었고, 찬바람에 살이 오른 옥돔과 꿩이 제철을 맞았다.
추울수록 맛있어지는 제철 산물로 땅과 바다가 들썩이면 ‘수고했다’는 뜻의 제주 방언 ‘속았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단다.
거칠고 시린 겨울 뜨겁게 살아내고 있는 제주 사람들의 수고로움 가득한 밥상을 만나본다.
찬바람을 견디며 단맛을 품은 제주 월동무
한라산, 제주 중앙부에 우뚝 솟아있는 화산, 한라산의 용암으로 이뤄진 제주는 그 덕에 화산회토가 많은 곳이다.
화산토양은 비옥하면서도 불 빠짐이 좋아 당근, 감자 같은 뿌리작물이 발달하였고, 제주의 겨울 대표적인 작물로 겨울을 나고 자라 수확을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월동무라고 한다.
월동무는 찬바람을 견디며 달고 더 단단해진 겨울 무는 채소가 귀해지는 이 시기에 수확을 하기 때문에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문대헌 오미라 부부는 18년 째 무농사를 짓고 있다.
아버지의 농사를 돕던 아들은 뒤늦게 아버지의 땅으로 다시 돌아와 베테랑 농부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농사일을 맡겨두고 쉴 법도 한데 여든이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50년 넘은 전용 자가용인 ‘탈탈이’를 몰며 이 밭 저 밭을 누비신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대량으로 무를 재배하지 않았던 시절 항상 땅속에 무를 거꾸로 묻어 저장해두었다가 꺼내 무속을 파내고 꿀을 넣어 불에 구워 자식들에게 감기약을 대신하여 먹이였고, 무는 썰어 동상 걸린 손발에 붙여주곤 하셨다.
멸치젓과 무만 넣어 졸여 만든 이름도 반찬이라는 뜻의 ‘촐래’는 잔칫날 돼지의 갈비뼈 부위와 무와 메밀가루로 걸쭉하게 끓여낸 ‘접짝뼈국’과 무를 채 썰어 볶아 만든 ‘진메물’, 밥상에서도 무는 기본이 된 반찬이었고, 큰일을 치를 때 빠지지 않았던 식재료였다.
추위를 견뎌내며 더 달고 단단해진 월동무처럼 아픈 사연을 품고 살아온 가족들의 밥상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