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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봄날의 촌캉스

37~

 

다 갖춰진 곳보다 갖춰진 것이 없어 비어가는 시골로 여행을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인지 촌캉스는 어쩌면 쌩하니 냉기 도는 도시의 팍팍한 삶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봄날의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촌캉스라는 이름으로 휴가 떠나듯이 잠시 머물다 오는 것이 웃픈 현실일 뿐이고 지급자족까지는 아니어도 잠시나마 한가롭게 자연의 품에 안겨 치열하게 살아왔던 어제까지의 나를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다.

언제나처럼 자연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살날이 오고야 말겠지 바라마지 않는 꿈을 꾸는 시간으로 언젠가는 찾아오고야 마는 세상의 봄을 인생의 봄을 먼저 마중하러 떠나는 봄날의 촌캉스이다.

 

 

2부, 아들이 돌아왔다

38일 화요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외국물을 잔뜩 먹고 누레진 아들이 엄마와의 새로운 내일을 위해 배낭 메고 고향으로 돌아와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떠나는 두 모자의 애틋한 봄날의 촌캉스에서 아들이 돌아온 그 날부터 엄마는 매일이 봄날이란다.

 

 

아들 영래 씨는 지난 18년 동안 태국에서 요트로 바다를 누비며 자유롭게 살았다는데, 그저 뱃머리가 향하는 대로 우유자적 살다 부모의 세월이 같이 흐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폐암 투병 소식이 전해져 영래 씨는 서둘러 엄마 아버지가 살고 있는 촌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버지는 가족의 버팀목이었는데, 아버지에게 안녕으로 고하고 나니 그 큰 아름드리나무 곁에 있던 엄마의 옆자리가 더 쓸쓸하게 보인다.

 

 

영래 씨에게는 놀이터 같은 이 고향에서 엄마에게는 아버지의 빈자리로 고독한 땅이 되어 영래 씨는 엄마의 곁을 자신이 지키기로 다짐했다.

영래 씨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들을 엄마와의 추억으로 따뜻하게 채워놓는 것이었다.

하늘도 날고, 산도 날고, 바다도 품어보는 엄마와의 촌캉스를 이 봄날에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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