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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봄날의 촌캉스

37~

 

다 갖춰진 곳보다 갖춰진 것이 없어 비어가는 시골로 여행을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인지 촌캉스는 어쩌면 쌩하니 냉기 도는 도시의 팍팍한 삶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봄날의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촌캉스라는 이름으로 휴가 떠나듯이 잠시 머물다 오는 것이 웃픈 현실일 뿐이고 지급자족까지는 아니어도 잠시나마 한가롭게 자연의 품에 안겨 치열하게 살아왔던 어제까지의 나를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다.

 

 

언제나처럼 자연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살날이 오고야 말겠지 바라마지 않는 꿈을 꾸는 시간으로 언젠가는 찾아오고야 마는 세상의 봄을 인생의 봄을 먼저 마중하러 떠나는 봄날의 촌캉스이다.

 

 

5부, 안녕, 섬마을

311일 금요일

 

전라남도 완도 땅끝마을에 긴 해를 향해 배를 타고 나가기만 해도 동백꽃이 만발한 섬 보길도를 볼 수 있다.

보길도의 매력에 빠져 일년 살이를 결심한 지난해 결국 평생의 보금자리로 삼게 되었다는 홍유나, 박영수 씨 부부가 살고 있다.

 

 

부부는 날마다 소풍하듯이 살아간다는 가족의 파란만장 촌캉스를 함께한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무거웠던 영수 씨의 어깨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퇴근길 차 밖으로 안녕하고 인사를 하던 해 종일 달궈져 있던 조명이 팍하고 식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날마다 그렇게 애타게 속이 타들어 가게 바라본 해이건만 영수 씨에게는 진짜 그리웠던 것은 고향인 보길도의 해와 노을이었던 것이었다.

보길도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짙어진 때쯤 부부는 평생의 꿈이었던 보길도에서 일 년 살이를 결심하게 된다.

 

 

아내 유나 씨는 시골을 모르는데 보길도 행에 주변 등쌀은 파도처럼 철썩댔고, 눈 딱 감고 1년 만 살아보다 떠났던 보길도였다.

그러나 유나 씨는 막상 와보니 타향살이를 가장 즐기는 건 그녀였단다.

 

 

그녀에게 손 뻗으면 바다가 만져지고, 발 뻗으면 윤선도가 왜 보길도를 지상낙원이라 불렀는지를 알 것만 같은 풍경들이 온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하루하루가 눈 떠보면 캠핑 나온 텐트 속에 있는 기분으로 무엇보다 이 난국에 아이들과 숨 터놓고 원 없이 뛸 수 있는 곳이라는 가족의 행복 무대로 삼기로 했다는 가족의 내일의 촌캉스를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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