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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우리 집 우리 학교
3월 28일~
시골에서는 요즘 아이들을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이 없다. 그런 시골 순창의 금상마을에서는 한 집에 아이들이 여섯으로 소문난 다둥이네가 살고 있다.
첫째 초원이(16세)부터 시작하여 막내 소원이(3세)까지 2~3세 터울이 나는 육남매라는데,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빨래, 설거지 등 각자 맡은 일을 완수하고, 이런 아이들 덕분에 다둥이네 시간표는 척척 돌아가고 있단다.
첫째 초원이(16)부터 막내 소원이(3)까지 두세 살 터울로 육 남매.
육 남매들은 알아서 일어나고 새천년 채조로 하루를 시작하고, 첫째 둘째는 돌아가면서 아침밥을 책임지고 있다.
이침 식사를 마치면 아이들은 알아서 2층으로 올라가 책을 펼치고 공부를 한다.
이송용(45세) 씨와 정해영(45세) 씨 부부가 선택한 방법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이다.
부부는 카이스트 기계과 대학원 선후배로 만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해영 씨 임신 8개월 차에 몽골로 송용 씨의 오랜 꿈이었던 교육 선교를 나가게 되었고, 송용 씨는 몽골 국제대학의 강단에도 서고 학교를 세우는 일도 하며 교육에 몸을 담았다. 첫째 둘째는 몽골에서 낳고, 셋째와 넷째는 인도네시아 선교 현장에서 낳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부부는 아이들을 일주일에 반만가는 학교로 보냈고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위해 ‘우리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쳐보자’ 우리집 우리학교를 만들기로 결심을 하게 됐다.
이 가족의 가훈이자 교훈은 ‘오늘의 행복’이다.
육 남매는 스스로 정한 진도를 끝내면 찾아오는 꿀맛 같은 자유 시간에는 밤새 펑펑 내린 눈 덕분에 아이들은 모여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도 벌인다.
이렇게 온종일부터 붙어 지내도 가족들만의 특별한 날은 필수라고, ‘영화데이’를 정해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정하며 우리 집은 작은 영화관 된다.
‘홈스쿨링’의 목표는 오늘 하루의 행복에 있다고 말하는 부부, 이 집의 시간표는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다는데...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인 해영 씨는 ‘굿잡’을 입에 달고 살고 있고, 아이들은 엄마의 칭찬 폭격에 자연스럽게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아이들이잠자리에 들 때 펼쳐지는 진풍경은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을 한 명씩 꼭 안아주며 ‘굿 나잇’ 뽀뽀를 나누고 있다.
여덟 식구가 한 방에서 잠을 자는데,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인사를 나눈 후에 침실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하루에 눈 떠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가족이 함께한다.
이들 육 남매의 가족이 온종일 함께 있으며, 삼시 세끼를 먹는 것은 당연한데 온가족이 다 ‘삼식이’라고 하는데, 쌀 60kg을 한 달이면 사라진다.
그래서 밥 먹을 때 정량 배식이 매우 중요해 아빠 송용 씨는 아이들 접시에 신중하게 반찬을 덜고, 옷도 물려 입고 돌려 입는 것은 기본이고, 구멍난 바지도 엄마와 둘째 딸 희원(14세)가 재봉틀로 고쳐준다.
가족들 옷장은 아빠의 솜씨로 만들어졌고, 필요한 가구는 아빠가 웬만한 목공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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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송용 씨는 대식구의 가장으로 본업은 홈스쿨링 교재를 만들고 원고를 기고하는 일이고, 2층 서재를 개인 출판사로 쓰고 있는 아빠다.
항상 홈스쿨링을 했던 큰딸 초원이는 15살에 당당히 전남대 심리학과에 입학을 했다.
초원이는 대학 동기들이 언니 오빠들이지만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올해 2학년이 되어 새로 들어온 후배들을 맞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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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사의 끝자락, 순창의 알프스라 불리는 금상마을에는 어느덧 봄이 찾아오고 가족들도 작년에 감자를 심고, 콩을 심었던 텃밭에 모여 비닐을 걷고 비료를 뿌려준다.
처음 마을에 왔을 때부터 아이들을 복덩이라고 뜨겁게 반겨주셨던 어르신들은 가족들 밭일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내 일같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시고, 인터넷으로 누룽지를 주문해야 하거나 힘쓰는 일이 필요하면 젊은 부부가 어르신들을 도와가며 상부상조하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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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부는 동그랑땡을 넉넉히 한 날이면, 아이들과 동네 한바퀴를 돌며 동그랑땡을 나눠드린다.
동네 할머니들은 아이들을 반겨주시고 막내 소원이와 어떻게든 악수 한 번 하려 소원이 손에 과자 한 봉지를 쥐여 주시곤 한다. 아이들은 이 마을 인기 스타로 연예인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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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건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인데, 예쁜 교복도 챙겨 입고 같이 홈스쿨링 하자며 이사 온 옆집 가족과 함께 개강식을 한다.
이번 학기 영어회화 선생님은 송용 씨이고, 옆집 아빠는 디자인을 전공하여 미술 선생님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각자 담당하는 과목을 맡아 옆집과 합도 수업을 진행하고, 지식보다는 ‘삶’을 가르치고 싶다는 부부의 설레는 봄을 맞아 우리 집, 우리학교에서 또 어떤 삶을 배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