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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대관령 너머, 봄눈 내리는 날

 

봄을 시생하듯 한바탕 눈이 쏟아진 평창,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가장 늦게 봄을 맞이하는 평창사람들의 만나 시리고 고된 날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음식들이 있다.

대관령의 고개를 넘어 봄 눈 같은 한 끼를 만난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산이 내어준 고운 ‘칡’

평창은 땅의 85%가 산으로 둘러싸인 이름난 산들이 많이 있다.

평창 미탄면에 위치한 청옥산은 해발 1000m 넘는 정상에 자리 잡은 너른 땅은 화전민들의 직접 일구어낸 고랭지채소밭으로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다고 하여 ‘육백 마지기’라 한다.

1년의 절반이 겨울이고, 거칠고 척박하지만, 평창사람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자 계절마다 먹거리를 내어주는 고마운 곳이란다.

 

 

이맘때가 되면 김흥소 씨와 마을 장정들은 칡뿌리를 캐는데 여념이 없다는데, 맛과 영양도 제일 좋을 때라 장정 여럿이 달려들어 땅속에 숨어 있는 어마어마한 칡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옥선 어르신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칡 덕분에 끼니를 이어갔다는데,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한다.

 

 

칡뿌리를 으깨지도록 두드린 다음 물에 여러 차례 가라앉히면 칡가루가 만들어지고 되직하게 끓여 국수틀에 누르면 손이 많이 가도 든든한 한 끼가 되어 준 칡올챙이국수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아플 때는 칡가루를 꿀에 개어 약으로도 썼다는데, 엄마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 아이들은 병원 한번 가지 않고 컸단다.

 

 

봄이되면 눈 속에서 고게를 빼꼼내미는 눈개승마를 속에 넣어 부친 칡눈개승마전병에 배추와 파 몇 쪽 올리고 부치는 칡전, 새벽부터 오십리 산길을 오르내리며 힘겹게 살아오고 있는 육백마지기 사람들의 평창아라리소리 저절로 나오는 오래된 칡밥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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