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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대관령 너머, 봄눈 내리는 날
봄을 시생하듯 한바탕 눈이 쏟아진 평창,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가장 늦게 a봄을 맞이하는 평창사람들의 만나 시리고 고된 날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음식들이 있다.
대관령의 고개를 넘어 봄 눈 같은 한 끼를 만난다.
황병산 설원을 누비던 사냥의 추억
차항리. 황병산 자락에 자리 잡으며 봄 농사 준비로 바빠야 할 시기에 갑자기 쏟아진 눈 때문에 모든 일손이 멈춰야남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끝낸 고로쇠나무 수액채취도 이제 막 시작해야하는 시기인데도, 눈 때문에 작업이 늦어지게 되었다.
마을 주변에는 고로쇠나무가 유독 많아 수액을 받아먹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특별한 재료로도 쓰이고 있다. 바로 사냥에 필요한 전통 썰매! 고로쇠나무가 부드러워 잘 휘어지는데다 한번 마르면 물이 스며들지 않고 단단해 눈 위를 달리는 썰매재료로 제격이라고 한다.
17살에 시작해 50여 년간 전통 썰매를 만들고 있는 최종근씨는 겨울이면 어른들을 따라 설원을 누비며 사냥 다니던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황병산 사냥놀이”라는 민속놀이로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수차례 공연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평창의 옛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맡기도 했었단다.
겨울이면 눈에 갇히는 산촌 오지마을에서 사냥으로 잡아온 멧돼지와 토끼, 꿩은 든든한 겨울 식량이었고, 멧돼지를 잡아오면 제일 먼저 먹는다는 돼지머리 시래깃국. 부위별 나눌 수 있는 고기와 달리 머리는 나눌 수가 없어 푹 삶아 살만 발라내고 시래기를 푸짐하게 넣어 끓이면 한 그릇 얻어먹던 추억이 생각난다.
또한 꿩고기를 곱게 다져 둥글넓적하게 빚어 만드는 꿩반대기와 비지에 다진 김치 넣고 만든 비지밥은 사냥꾼이 허리춤에 챙기고 다니며 허기를 달랬던 고마운 음식이기도 했다. 언 감자도 버리기 아까워 껍질을 벗겨 쪄 먹던 언감자떡까지. 사냥이 추억을 간직한 차항리 사람들의 옛 밥상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