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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갑자 씨의 콩깍지 사랑
콩깍지 부부
이갑자(61세) 시는 하루를 시작을 메주콩 삶는 일로 시작된다.
삶은 콩으로 청국장을 띄우고, 장독대에 담가두었던 간장과 된장을 거르며 택배 보낼 물건들을 포장하고 시어머니의 식사를 챙겨드리느라 하루를 바쁘게 움직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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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 씨의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반면, 농사꾼이지만 농사를 싫어하여 취미생활인 현대서각과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남편 김정훈 (65세) 씨와 살고 있다.
아내와 남편은 서러 다른 성격이지만 두 사람은 결혼 35년째로 서로만 보면 가슴이 콩닥거린다는 ‘콩깍지 부부’이다.
갑자 씨는 친오빠 소개로 남편 정훈 씨를 처음 만나 장발머리와 영문 잡지를 손에 든 채 소개팅 자리에 나온 정훈 씨가 이상형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부모님의 곁을 떠나기 싫어하는 남편 정훈 씨의 뜻을 따라 35년 동안 시부모님을 모시며 종갓집 종부의 역할을 해오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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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인 덕분에 시어미니께 장맛을 물려받은 갑자 씨는 20년 전 장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마다 집 뒷밭에서 부부가 함께 농사지은 콩으로 장을 담그는 ‘콩깍지 부부’로 35년째 떨어질 줄 모르면 산다.
대를 이은 갑자 씨의 ‘수난 시대’
갑자 씨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올해 92살인 시어머니 최분선 씨이다.
장을 담그는 일에 어머니는 매일 아침 갑자 씨의 농장으로 출근하여 6시간 동안 청국장을 만들 콩을 삶아주기고 집으로 돌아가신다.
하지만 고령의 어머니를 언제까지 아궁이 앞에 앉혀둘 수 없고, 남편 정훈 씨는 목디스크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혼자서는 체력이 달려 장을 담그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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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부부는 경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남 태형(36세) 씨를 불러들이는데, 장기적인 코로나19로 8년 동안 운영하였던 음식점을 처분하고, 부모님의 SOS를 받아들여 갑자 씨의 장맛을 물려받는다.
부부가 태형 씨를 불러들인 또 하나의 속사정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아들이 30년 전 정훈 씨처럼 인생의 낭떠러지에 서지만을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단다.
(백야농원 )
경상북도 구미시 고아읍 관심길 139
054ㅡ482ㅡ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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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사업을 하던 정훈 씨는 1996년 IMF 구제금융 사태로 부도를 맞으며 수억 대의 빚을 지게 되었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였던 남편을 대신하여 갑자 씨가 가장의 짐을 짊어지게 됐고, 미안해하는 남편의 손을 더욱 꼭 붙잡아주었던 갑자 씨였다.
현재 30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가족은 콩깍지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에게 더 이상의 절만은 없다고 한다.
‘갑자’ 씨는 봄이고 꽃이다.
갑자 씨는 하루 24시간을 농장에 매여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직거래 장터에 장사를 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라고 하는데, 잠시 집이라도 비울라고 하면 불안해하는 정훈 씨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훈 씨는 단 하루도 아내 없이는 살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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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동안 병원 한 번 혼자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남편이 말로는 귀찮다고 하지만 정작 좋은 걸 보거나 맛있는 것 먹을 때에 무조건 남편부터 찾는다고, 갑자 씨는 좋아하는 영화도 정훈 씨가 싫어해서 못 간지 오래되었다.
갑자 씨는 평생 동안 가족들을 위해 일하느라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한 언니가 답답해 동생은 언니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 형부가 서운하고 아들 태영 씨는 점점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어머니가 한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어머니 갑자 씨는 꽃다운 젊은 시절을 가족들의 위해 헌신했고, 올해 환갑을 맞이해 오랜 소원 남편과의 1박 2일 여행가는 것이 소원이라는데...
이번 생일만큼은 남편에게 바라던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