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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이다>
자연인 성심
산중 멋쟁이의 블루스
산중 멋쟁이의 블루스 성심(67세) 씨는 중절모에 콧수염과 함께,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사나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쨍쨍하게 내리쬐는 여름 해를 피해 그늘이 드리워진 숲길로 접어둔 윤택은 시원한 계곡물을 구경하던 중에 그를 멈춰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자연인 성심이다.
그는 아찔한 외나무다리를 성큼성큼 건너고, 우거진 산속을 종횡무진하며 갑자기 나타난 독사도 능수능란하게 잡는 자연인은 산중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그는 성인이 되기 전 밥벌이를 위하여 강원도를 떠나 서울 근교로 향하였고, 그가 처음 택한 일은 농사로 50년도 지난 그 시절에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었다.
자연인은 나름 수확도 좋았고, 아내를 만나 연년생 딸도 셋이나 안으며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가던 그의 삶이 휘청거리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은 아내가 넷째를 출산하면서 부터라고...
갑자기 뇌하수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며 몸에 이상을 온 것으로 그때부터 아내는 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렇게 아내가 집을 비우게 되면 자식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히 자연인의 몫이 되었고, 아이들을 먹이고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하려면 돈이 필요했기에 그는 현장 일로 진로를 바꾸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건물을 짓고 다닌 끝에 빠르게 관리직에 올랐다.
그에 따른 애로 사항도 만만치 않았는데, 공사대금 입금이 제때 되지 않을 때가 허다했고 일꾼들에게 일당을 나눠주지 못하는 날이면 그 원망을 고스란히 그가 견뎌내야만 했다.
대학병원에서 아내의 치료비를 내라고 독촉하는 일도 있고 일꾼들은 일당을 못 받아 그에게 성화니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는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고 한다.
자연인은 하루는 참다못해 가방에 부탄가스를 넣고 결판을 짓겠다며 사장의 집으로 향하였는데 애원하는 사장 부인의 모습에 마음 약한 자연인은 공사대금을 결국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가 유일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산이었다고, 현장에 쉬는 날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산에 오르게 되었다고, 산에만 가면 이상하게 피로가 풀리고 더 자유로워졌던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17년 전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자연인은 2년의 준비 끝에 지금의 산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는 산에 올라 넝쿨이 늘어진 정글 같은 숲속에 텐트 하나 치고 잠을 청하였고, 나무와 흙을 채워 완성된 집에는 꽃을 무척 좋아하는 그가 자줏빛 작약과 분홍색 금낭화로 마당을 꾸미고 닭, 토끼, 기러기, 염소, 하나씩 동물들을 키우고, 이제는 작은 동물농장이 되어버렸다.
산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담금주를 채워 벌써 30년 세월이 훌쩍 넘은 것도 있단다.
중절모를 쓰고 밭일을 하는 멋쟁이 자연인 성심 씨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