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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제철에 만났습니다.
주산지 밥상
늘 푸근한 정경으로 시작하는 곳, 떠나왔기에 더욱 그리운 고향이다.
우리의 밥상에도 오랜 세월 마음을 담아 온 고향처럼 그런 밥상을 찾는다.
수백 년 동안 내려오는 주산지의 뿌리 깊은 맛은 지금 산과 들에 가을의 맛이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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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홍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대청도 홍어‘이다.
인천항, 새벽 두시 반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대물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제철 홍어가 수백 상자에 담겨 들어오고, 인천은 사시사철 홍어가 올라오는 숨겨진 홍어의 주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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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잡힌 홍어는 인천 위판장을 거쳐 대부분 전라도로 보내진다고, 인천의 홍어 생산량은 예전부터 전국 홍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란다.
대청도는 인천에서도 홍어의 본고장으로 백령도 옆, 북한과 지척이 있는 섬이다.
대청도는 오래전부터 고립된 섬으로 주민들을 먹여 살려준 것이 바로 귀한 홍어였다고, 80년대 이곳에서 홍어잡이 배가 80여 척에 달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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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의 사람들은 쌀과 식수도 없던 시절 홍어랑 물물교환을 통하여 쌀을 얻을 수 있었고, 땔나무를 구했다.
대청도 사람들에게 홍어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보물이었다.
홍어의 본고장답게 이곳 사람들은 홍어를 먹는 방법 또한 남달랐다는데, 주민들은 홍어를 식혀 먹지 않고, 예전부터 갓 잡은 생홍어회를 최고의 맛이라 여겼다 한다.
대청도 홍어의 싱싱하고 쫀득쫀득 찰진 식감에는 이곳 대청도 주산지의 맛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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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잣
가을이 되면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경기도 가평군 행현리 사람들에게 가을만 되면 나무에 올라야 하는 계절이다.
하늘이 내린다는 열매 잣을 수확하기 위해서라는데, 가평은 전국에서 가장 큰 잣나무 군락지가 있어 잣나무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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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을 수확할 때 쓰이는 것은 긴 장대 하나와 신발에 채우는 승족기 외에는 의지할 것이 없다. 행현리 사람들은 10대부터 잣나무에 오르는 것을 숙명처럼 여겨왔다는데,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잣’하며 누구나 가평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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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따는 사름들의 경건한 마음과 노고에 올해도 작지만 잣알이 밥상에 오르고, 아플 때마다 기운 차리게 끓여먹었던 귀하디귀한 잣죽과 고소한 맛의 잣두부, 잣 수확하다 허기지면 배를 채워주었던 잣주먹밥으로 땀과 노력의 선물과도 같은 귀한 잣 한상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