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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고부 무당의 너는 내운명
무속인 고부
37년 차 무속인 시어머니와 9년 차 무속인 며느리
꼭 닮은 운명의 두 여자
한 지붕에 너무나 닮은 운명을 지닌 두 여자 시어니와 며느리가 경기도 고양시 북한산 바로 아래 가 살고 있다.
고춘자 시어머니는 37년 차 무속인, 며느리 무속인 이다영 씨는 9년 차 무속인 고부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다영 씨는, 친정아버지의 건강 악화와 날마다 반복되는 악몽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을 때 절박한 마음으로 굿을 치르게 되었다.
다영 씨는 고춘자 씨라는 굿 잘하기로 소문난 무속인을 소개 받아 굿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나 굿판에서 굿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다영 씨에게 신이 들린 것이었다.
이후 춘자 씨에게 신내림을 받으며 신엄마, 신딸의 관계를 맺었다.
요즘 드문 바른 아가씨라 생각한 다영 씨를 눈여겨봤던 춘자 씨는 자신의 셋째 아들을 소개시켜주며 신딸이 아닌 진짜 며느리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가족이 된 춘자 씨는 다영 씨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아 때로는 엄마처럼, 때론 무서운 호랑이 스승이 되어 엄마이자 여자로서 무속인의 길을 평생 동안 가야할 며느리 다영 씨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온 집안에 춘자 씨의 호통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5년 만에 아들을 만난 며느리 다영 씨는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다영 씨는 9월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는데, 5살 아들 시윤이가 드디어 오늘 오는 날이다.
다영 씨는 시윤이가 태어난 후 백일 만에 시어머니 춘자 씨의 뜻을 따라 아들을 지인의 집에 맡겼다.
하루 종일 집 안 가득 향을 피우다 보니, 아이 건강도 염려도 되었고, 귀신 들린 사람들도 있고, 나쁜 기운을 가진 사람들 등 여러 가지 고민들을 가진 사람들이 드나들기에 시윤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에 아들을 맡기게 됐다.
춘자 씨는 5살이 되면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년에 평생 모은 재산을 북한산 아래 땅을 샀다.
2층 가정집을 분리하여 1층은 신당, 2층은 가정집으로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워하던 아이를 데려왔건만 다영 씨는 계속된 일정으로 아침에 아이 얼굴을 잠깐 보는 것이 전부로 아이를 마음 놓고 돌볼 시간이 부족했다.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중 아들이 갑자기 아팠다.
고열과 기침에 시달려 아침부터 병원에 갈 준비를 하는데, 시어머니의 날벼락이 떨어지고 마는데...
다영 씨에게 시어머니는 애만 데려온다고 다 부모인 줄 아느냐며 호통을 치고 오자마자 아픈 아이 때문에 면목이 없어지고 아이가 아픈 것이 자신이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부모로서 부족하기 때문인 것만 같아 야단을 맞으니 더욱 서글퍼지기만 하다.
손빨래부터 삼시세끼 갓 지은 밥까지 며느리는 바쁘다 바빠
24시간 시어머니와 꼭 붙어 지내는 다영 씨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역할을 하랴 신딸로서 시어머니 무속 일을 보조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
시어머니는 굿할 때마다 입는 한복을 매번 손빨래를 해야 하고 삼시세끼 갓 지은 밥을 내놓을 것을 당부로 고집이 만만치 않다.
그동안 살림에 육아에 무속 일까지 24시간이 빠듯하고 군말 없이 해냈던 다영 씨가 반기를 들었다.
요즘 젊은 무속인 다영 씨가 보기에 시어머니가 비합리적인 것이 많이 느껴지는데, 한복은 세탁기가 하고 제자들 교육은 프린트몰을 활용해서 편리함을 누려보자는 것이었다.
시어머니 춘자 씨가 호락호락 들어줄 리 없었고, 다영 씨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호통을 치는데, 신구의 갈등이 고부의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에 두 사람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신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모든 것을 며느리에게 전수하고 싶은 마음뿐이고, 요즘 시대가 바뀌었으니 무속인도 변해야 한다는 며느리의 사이, 그들 사이를 좁혀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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