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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무도 인생 40년, 위기에 선 남자 용제 씨
농사도 설거지도 우렁찬 기합과 함께, 일상이 소란한 남자, 으라차차
충청북도 충주에 부모님과 함께 땅콩 농사를 짓는 김용제(55) 씨가 산다.
용제 씨는 밭에서 땅콩 줄기를 걷어 올리는데도 요란하기 짝이없는데, 설거지하는데도 한 발 들고 한발로만 중심을 잡고, 청소하는데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그가 하는 이모든 동작이 태극권 동작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팔순이 넘는 부모님은 쉰이 넘은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웃음도 나고 걱정도 많다.
‘세계 최고’에서 ‘걱정거리’가 돼버린 아들 용제 씨
충주 산골 마을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용제 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큰 도시로 나가 고등학교에 다녔다.
용제 씨는 왜소한 체격으로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인 쿵후을 시작했는데, 당시 또래의 남학생들에게 배우 이소룡은 영웅이었다.
용제 씨도 호기심과 취미로 시작했던 운동이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의 권유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1995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세계 우슈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게 됐다. 이후 세계 선수권 대회 등 많은 국제 대회를 나가며 상을 휩쓸었던 용제 씨는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그가 어느새 걱정거리가 되어버렸다.
홀로 남을 아들 때문에 길어져가는 어머니의 한숨
어머니 정양희(85) 씨는 스무 살에 결혼해 6남매를 낳아 넉넉하지 않았던 형편에 자식들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평생을 땅을 일구며 살아왔다.
6남매가 모두 자기 앞가림을 잘하며 살아가는데, 유독 아들 용제 씨가 걱정이다.
용제 씨가 태극마크를 달고 TV에 나온 아들이 어머니의 최고 자랑이었는데, 용제 씨는 태극권에 빠져 돈도 나 몰라라, 결혼도 나 몰라라, 동네 이웃들까지 용제 걱정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속이 탄다.
어머니는 사실 단순히 며느리와 손주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을 아들에 가엽기 때문이다.
무도 인생 40년, 위기에 선 남자 용제 씨
무도인 용제 씨는 욕심을 버리고 사는 삶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40여 년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런 자신 때문에 어머니의 걱정이 깊어져가고 항상 응원해주었던 누나마저도 찾아와 쓴 소리 하는 것인데, 그의 일터인 도관에서도 회원들이 줄어 이제 열 명 남짓으로 더 이상 신념만으로 현실을 버틸 수 없다는 생각 큰맘을 먹었다.
용제 씨에게 무도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세상 속으로 나오려고 하니 위기와 고비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어머니마저 아들을 돕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태극권을 홍보해보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지켜봐야만 하는 용제 씨는 세상의 풍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